남자셋 여자셋의 제주도 여행기 4부 - 둘째날 '짐승의 역습' (090715)
여자멤버들은 카메라와 현금같은 귀중품들을 남자멤버들에게 맡긴다.
나는 미안함과 아쉬움을 안고 협제 해수욕장을 떠날 준비를 한다.
여자멤버들이 카메라를 전부 맡겨버리는 바람에,
남자 멤버들은 이어질 광란의 질주를 하느라...
해수욕장부터 산방산 게스트 하우스까지의 그 몇 시간 동안은 사진이 별로 없다.
마치 그 때의 이상야릇한 분위기 마냥...
지도를 한번 살펴보고 다시 발길을 재촉한다.
해안도로보다는 일주도로를 택해서 달리기로 한다.
자유롭게 달리기로 했기 때문에 우리는 신나게 밟는다.
이상하게 다른 날 보다 자전거 여행객들이 더욱 많이 우리를 스쳐지나간다.
(광란의 레이스 : 그 서막이 열리다.)
짐승 현재는 꾸준히 선두를 유지하고 나는 그 뒤를 따르고 있었다.
뒤에 있던 병찬이 형이 안 보인다. 우리는 첫날 마냥 기다리기를 반복하기 시작한다.
사실 짐승은 오르막 내리막이 반복되는 길에서 3*7? 3*8?의 조합으로 평균속도 30km에 근접했었던 듯.
(아 힘들어...)
그렇게 일주도로를 신나게 질주하던 도중.
고개를 숙여 앞바퀴를 보니 푹 주저앉아있었다. 자전거를 멈추고 바퀴를 살펴본다.
또 실펑크다....오늘의 두 번째 펑크다.
대체 얼마나 달린거지?
림에 찍혀서 튜브가 찢어지지는 않았을까?
뒤따라 오던 병찬이 형이 걱정하며 멈춰선다.
“괜찮아 금방 떼우고 갈게”
라는 말로 병찬이형을 먼저 보내고 나는 펑크를 떼우기 시작한다.
펑크를 떼우고 얼마나 지났을까.
또 앞바퀴가 주저앉는다.
헐...
다시 한번 수많은 자전거 여행객들이 지나간다.
잠시 put the 정신줄 down. yeah!!
물을 들이키고 담배를 하나 물고 정신을 차려본다.
(흡연은 건강에 해롭습니다.)
일단 펑크난 튜브를 패니어에 던져놓고
새 튜브를 꺼내어 교체하고 비장한 각오로 다시 자전거에 올라탄다.
30분 정도를 허비를 했기에 미친듯이 밟는다. 마침 코스도 괜찮았다.
평균속도가 30km 이하로 떨어지질 않는다. 미쳤다-
어느 정도 달리다보니 짐승이 보인다.
병찬이 형은 먼저 보냈단다.
현재가 갑자기 의욕에 불타있다.
한 무리의 자전거 여행자들이 자신을 향한 '조소의 수고하세요'를 날리고 스쳐지나갔었단다.
그때 짐승의 눈빛은...
“형, 달리고 싶어요!!!”
(사진이 없다보니...)
그래서
대략 그들과 멀어진 시간을 계산해보니 40-50분 차이가 나는 듯 했다.
에라 모르겠다...우리는 무장정 미친듯이 달리기 시작한다.
먹고 먹히는 제주도 자전거 여행자 레이스가 시작되어버렸다.
(우리만 그렇게 생각할지도.)
평균속도 25km 전후를 꾸준히 유지하면서 타다보니
저 멀리 그 사람들이 보인다.
뭥미?
갑자기 짐승의 등판이 점점 멀어진다.
분명 업힐인데 더욱더 빨라진다....
속도계를 보니 평균속도 25km 쯤?
이것도 힘든데! 뭐야 저 짐승은?
짐승은 결국 그들을 추월했다.
나도 연이어서 추월
갑자기 괜히 그분들에게 미안해진다.
(괜한 경쟁은 사고를 불러일으킵니다. 혹시나 이글을 보신다면-제가 그땐 철이 없었습니다.)
어쨌든 그분들은 점점 우리의 등 뒤에서 점점 멀어져갔다.
그렇게 달리다보니 산방산 게스트 하우스를 1km정도 남겨두게된다.
이 구간에서 아마 구보하는 특전사로 추정되는 군인들을 본 듯.
이 분들의 몸이야 말로 짐승...같은 남자지만 침을흘리고 쳐다본다.
중간에 병찬이형에게 전화를 했을때 산방산이라고 했으니 이미 도착했을거라고 생각하고
슈퍼마켓에서 포카리 포션을 투약하고 우리는 산방산 게스트하우스를 향해 달렸다.
산방산 게스트 하우스에 도착!
레이스의 결과 협재해수욕장 부터 산방산 게스트 하우스까지 두시간 남짓에 와버렸다.
응?
형 어딨어?
당연히 있을 줄 알았던 병찬이 형이 없다.
근데 배고프다.
아직 밥시간이 안되서 밥을 먹을 수도 없다.
(저녁식사 3000원, 6시~9시)
현재와 나는 먹을거리를 찾아본다.
(역시나 근처에 슈퍼마켓 따위는...없단다.)
우리는 병찬이 형에게 오는길에 슈퍼마켓이 있으니 먹을 것좀 사다달라고 부탁하려고 전화를 해본다.
안받는다...
얼마후 저 멀리서 형이 다가온다.
아깐 산방산이 아니라 산방산 표지판이 보였던거고
오다가 길을 잘못 들었단다.
헐....
아직 여자멤버들이 도착하지 않은 관계로 우리끼리 먼저 밥먹기는 뭐해서
슈퍼마켓으로 요기거리를 사러가기로 한다.
근데
누가 가지?
방금 온 형한테 부탁하기도 그렇고 막내 현재도 그렇고
결국 내가 자진납세를 한다.
패니어를 텅텅 비우고 슈퍼마켓이 있던 산방산 게스트 하우스로부터 1km 지점을 향해 달린다.
신나게 슈퍼마켓으로 가는 길에 반대편에 한 무리의 여행자들이 보인다.
아마 아까 그 사람들인것 같았다.
슈퍼마켓에 도착.
라면을 사고 출발하려던 찰나
소나기가 쏟아진다. 아아아아악!!!!!!!!!!
일단 다시 슈퍼마켓으로 들어가 커피를 하나집어들고 비가 그치기를 기다린다.
안그친다.
그냥 가기로 한다.
겨우 1km 이동하려고 레인커버를 다시 씌운다.
(아 귀찮아...)
쳐다볼 사람 없으므로 게걸스럽게 먹어주시고...
일단 배를 채웠으니 탄산온천으로.
(산방산 게스트 하우스 이용 요금 2만원으로 산방산 탄산온천을 2번 이용할 수 있다.)
우어...
사이다에 목욕하는 느낌이다
(살짝 혓바닥을 대보니 달지 않은 사이다 같다.)
신기해하는 우릴 보며 어떤 아저씨가 탄산온천을 즐기는 법을 가르쳐준다.
탄산수3번, 미온수3번
번갈아 가며 왔다 갔다해야 탄산 온천의 묘미를 즐길 수 있다고 했다.
그대로 따라 하니 온몸이 찌릿찌릿 하긴 했지만 온몸의 피로가 풀리는 듯한 느낌이다.
피부도 좋아지는 것 같다.
잊지 마세요 삼세번.
남자 멤버들은 게스트 하우스에서 기르고 있던 개와 놀기 시작한다.
근데 이 녀석..
이빨이 나려는지 뭐 보이기만하면 미친듯이 물려고 달려든다.
짓지도 않고, 변도 꼭 화장실가서 보고, 절대 사람들 자는 방에는 들어오지 않던 똑똑한 녀석인데
제발 물지만 않았으면 좋겠다.
물지만 않으면 집에 데려가 키우고 싶었다.
고만 물어!!!!
몇대 쥐어박으니 삐졌는지 잠잠하다.
(미안.)
근데 시간이 지날수록 지루하다.
민영이 말이 맞았다
'그래도 우리 없으면 심심할껄?'
병찬이형은 피곤했는지 들어가 누워있고 현재랑 나는 밖에서 여자멤버들을 기다려본다.
8시 픽업인데 9시가 다 되었는데도 안온다.
나는 기다리다 지쳐 상임이 누나에게 연락을 해본다.
'누나-배고파 어디야?'
아마 얼마후에 연락이 왔다.
관광중이라고, 뭐 사먹어서 배안고프다고.
헉!!!
속으로 여자멤버들을 놓고와서 삐진게 아닐까 심각하게 고민해본다.
씁쓸함을 안고 먼저 밥을 먹는다.
얼큰한 국물이 먹고 싶었다.
젠장 닭국이다.
치킨도 괜찮은데, 이제는 삼계탕도 괜찮은데
닭국만 먹으면 알레르기가 일어나서 손도 못대고 결국 간장에 밥비벼먹는다.
아-짜다....양 조절 실패
어둠을 뚫고 김기사님의 승합차가 들어온다.
여자 멤버들이 보이고 현재와 나는 쪼끔 반가운척한다.
(속으론 엄청 반가웠음...어디갔다왔니?응?)
그녀들에게서 왠지 모르게 냉랭한 기운이 흐른다.
(내 느낌이 그렇다고...ㅋㅋ)
내일은 와하하 게스트 하우스까지 가야했기에 의논을 위해서 다같이 모여야 했다.
그러나 그녀들은 피곤한지 온천으로 고고씽.
남자멤버들은 금방 오겠지하면서 몰래 맥주한캔씩을 홀짝거려본다.
(우리도 살짝 꿍해서 나름대로의 복수라고 몰래 맥주먹기.)
하지만 그녀들은 12시가 다되서야 온천에서 나온다.
헉!!!
물개다 물개
하루종일 물에서 논다.
기다리다 병찬이형은 먼저 자러 들어간다.
현재랑 나랑은 밖에 앉아서 자전거 이야기로 시간을 보낸다.
드디어 물개님들이 나오신다.
헉!!
샤방하다
오래씻어서 그런가?
어쨌든 내일의 기상시간과 일정을 이야기하고
가장 힘든 날이 될지도 모른다고 미리 이야기한다.
그리고
더 이상의 점프는 없다고.
죽어도 끌고 가겠다고.
헉!!
그런데 눈빛들이 다르다.
'그래도 왔는데 완주는 해야지'
'점프 더는 안돼'
'자존심 상해'
고맙다
(사실 속으로 찡했다)
다들 서로에게 갖고 있던 오해가 조금은 수그러든 듯 하다.
내일이 기대가 된다.
모두들 긋나잇 하고 잠에 들러간다.
아 또 잠안온다.
몇번을 들락날락 한다.
싱숭생숭하다.
어?
다리에 이상한 느낌이든다.
이 녀석이 내 다리를 핥고 있었다.
그런데 이 녀석이 내 기분을 아는지 눈을 한번 마주치더니
'끄응'하더니 저러고 앉아만있는다.
(끄응? X싸냐?)
밖으로 나가본다.
비가 퍼붓기 시작한다.
내일이 걱정된다.
싱숭생숭하다.
괜히 자는 친구와 동기들에게 전화해
억지로 제주도 여행자랑을 해본다.
기분이 이상하다.
그렇게 밖에서 한참을 있다가 들어와 피곤에 지쳐 잠에 빠져든다.
생면부지의 사람들이 모여서 떠난 제주도 일주.
단지 완주만을 생각한다면 우리의 여행은 레이스가 될 뿐이다.
시원하게 달리고 놀았지만.
몇 장 없는 사진만큼이나 우리의 기억은 부실해져갔다.
목표를 향한 레이스 속에서 놓치고 지나갔던 것들이 너무나 많다.
이 날밤의 싱숭생숭함은 아마 여기서 부터 비롯되지 않았을까?
다음에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