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일찍 일어나 내륙과 다른 제주도의 풍경을 바라보며 궁상을 떨기 시작한다.
이때 스쳐지나가는 어제의 기억들...


어제의 기억1: 재정비를 하며 잠시(?) 휴식 중인 현재와 민영이.


어제의 기억2: 우리에게 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한 제주도의 해안풍경을 찍으며...


어제의 기억3: 무지개도 우리를 반긴다!
(사실 어제 여행기에 들어가야할 사진들-여행기를 발로 쓰다보니 오늘 여행기에 억지로...어제의 기억은 개뿔)


우리는 다음 목적지로 선정한 키친애월을 향해 달리기 시작한다.
키친애월의 컵빙수를 향해서...!!!
(사실 용두암 하이킹에서 받은 무료 컵빙수 쿠폰 쓰러....)
흐려서 시원해진 날씨 때문일까? 자전거에 익숙하지 않았던 멤버들이 적응해나가는 것일까?
속도계를 살펴 보니 어제보다 평균속도가 2km 가량 빨라졌다.
어제보다 기분 좋은 출발임에는 틀림없었다.

사진에서 왠지 모를 비장함이 흐른다.
그러고 보면 상임이 누나의 사진중에는 재미있는 사진이 참 많다.


이제는 지도를 보며 여정을 확인하는 여유까지.
'지도 한장이 주는 여유'

그러나 한편에선...
뭐라고? 응? 여유?

좌절...


또 좌절...


자전거 뒤에서도 좌절...

여유따위 너나 즐기라고!!!
여유따위 개나 줘버리라고!!!



잠시 휴식을 취하고 우리는 다시 출발을 한다.
오전 내내 징징대며 땡깡을 부리던 하늘이 건방지게 울기 시작한다.
우리 모두는 덕분에 지도확인하며 쉰지 얼마나 됐다고 우비를 입으며 또 쉰다.

강풍 때문에 우비입기도 힘들다 젠장.

현재와 상임이 누나
나는 과감하게 노랑 병아리가 되기를 거부하고 맨몸으로 달렸다.
현재 역시도 마찬가지.
얼마나 달렸을까?
지도에서 확인 했던 건물을 스쳐지나니 키친애월에 다다른듯 했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키친애월이 안보인다.
어..분명 이 근처인데...

헉!!!

간판이 바뀌었다.
인터넷과 지도에 나왔던 그 간판이 아니다.
100여 미터 앞에서 키친애월을 먼저 찾은 현재가 손짓한다.
난 뒤에서 강풍에 찢어진 지도를 붙들고 내 의지와 상관없이 바람에 날리는
지도를 접었다 폈다를 반복하며 혼자서 생쑈를 하고 있었다.
아 젠장..

키친애월 도착...
하하하 근데 씁쓸하다...삽질한 기분은 뭐지?
기분전환 삼아
제주 삼다수 부스터X2를 장착한 자전거사진을 찍어본다.
제주도와서 처음으로 사진찍어 주는 듯. 


일단 자전거부터 세우고...
(세워봤지만...키친애월안에 있는 동안 내 자전거만 해도 세번 강풍에 쓰러졌다-아 스크래치...)

키친애월안에서 뭘먹을까 고민 中
(꼭 이런 자세로 고민해야 했니?)
아침을 굶고 출발했던 우리는 컵빙수는 잊은채 식사부터 해결하기로 한다.
제주도와서 처음 사먹는 식사...

응?
헉!!!!!


밥으로 먹을 만한게 딱 두종류다.. 두종류...
돈까스와 퓨전 비빔국수
올드스쿨 경양식 카페
를 연상시키는 메뉴구성..
(하긴 여긴 밥집이 아니잖아!!!)
하지만 이 두 메뉴사이에서도 우리는 딜레마에 빠진다.
바보들.....


키친애월에서...현재
안녕 짐승?


고민 또 고민
아 뭐 먹을거냐고!!!


결국
우리는 메뉴를 결정한다
돈까스5 : 퓨전 비빔국수1
1은 바로 나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다들 YES하는데 NO하는 사람은 아니다.
튀고싶어서 안달난것도 아니다.

단지

학생식당에서도 돈까스.
군대취사장에서도 돈까스.
분식집에가도 돈까스.

지난 나의 과거의 8할은 돈까스였다.
(특히 학교식당-저주할테다)
제주도에서 만큼은 돈까스를 먹고 싶진 않았다.
(비빔국수가 좀 더 쌌다.)

이것이 바로 퓨전 비빔국수!
파스타 같이 보이지만...
파스타 맞다...
파스타 면으로 비빔국수를 만들었다.

아침을 굶은 모두는 조용히 식사를 시작한다.
허겁지겁 먹어야 정상이었겠지만.
그렇지 않은걸 보니...
아직은 어색한 사이

우리 모두 다 내숭쟁이들...


본래의 의미를 상실하고 단지 디저트가 되어버린 컵빙수
그래도 세상의 어떤 빙수보다 맛있었다.


우리가 식사할 무렵 키친애월에서 미니벨로를 빌리러 여성분들 몇분이 들어왔었다.
(미벨이 그라스호퍼였던가...암튼 용두암하이킹 스티커가 붙어져 있는 자전거가 키친애월에도 있었다.)
거지 몰골을 한 우리와 달리 샤방해 보였다.
(그렇다고 우리가 부끄러웠던 것은 아님. 자랑스러웠음-자전거 여행이라면 이 정도는 해줘야지...)
절대 자전거 여행자는 아니었던것 같다.
아마도 잠깐 타고 다른 수단을 이용해 이동하는 것 같았다.

그 사람들을 보며 나는 혼자 생각해본다.
나와 함께하는 여자멤버들이 생각했던 자전거 여행이란 저런게 아니었을까?
괜히 나따라와서 고생만하고 안좋은 기억으로 남지는 않을까?
괜히 미안해진다.

밥을 먹고 정신을 가다듬은 우리는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한다.
사진의 아줌마는 키친애월 앞에 있던...음...
해녀인듯?
(나혼자 4등신 SD해녀상이라고 명명)
뭐라고 써져있었던거 같은데 까먹었다.

민영이
(사진 역광인듯?ㅋㅋㅋ)


키친애월에서 바라본 해안.


키친애월과 해안 사이에 나 있는 길
(상임이 누나가 좋다고 가보라고 했는데 아까 갔다왔다고 뻥치고 안갔음.)

 키친애월 안에서...


키친애월 안...미니벨로들..

여자막내 유경이.


왕언니 상임이 누나.


단란한 모습...
(흰옷이 남자 왕고 병찬이형)


키친애월을 뒤로 한채 우리는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다음 목적지는 협재해수욕장.
밥을 먹어서 그런지 협재로 향하는 길은 시원하게만 느껴졌다.
앞으로의 여정은 점점 쉬워질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협재해수욕장에 도착!
사실 난 구경만하고 사진만 찍고 다음 이동지인 산방산 게스트 하우스까지 가려고 했었다.
그런 생각을 하던 찰나.

앗!

자빠링.....
자전거를 던져서 몸은 안다쳤지만.
'빨리 달린 것도 아니고 어디 걸린것도 아닌데 왜 넘어진거지?'
라는 생각에 주변을 둘러보니...
앞바퀴가 펑크가 났다.
제주도 여행 첫 펑크였다.
하지만 이 펑크는 시작에 불과했다.
모래사장에 자전거를 고이 눕혀두고 펑크를 떼우기 시작한다.
장사하는 아줌마가 뭐라고 한다.
"거기서 그러면 장사방해 돼!"
"민박 구해요?"

귀에 안들어온다.
내가 지금껏 느껴온 한적한 제주도의 느낌이 아니다.
단지 북적거리는 여느 관광지와 다를 바 없었다.


펑크를 떼우고 정신을 차려보니.
여자멤버들이 이 곳에서 놀다가고 싶어한다.
고민에 빠진다.
그럴만도하다. 제주도와서 놀지도 못하고 계속 자전거만 탔으니...
여러가지 안들이 머리속에 맴돈다.

1. 다 같이 한시간 정도 놀다가 동시에 출발!
2. 남자들은 한시간 정도 같이 놀다가 출발, 여자멤버들은 산방산까지 점프
3. 남자멤버들은 출발, 여자멤버들은 산방산까지 점프


1번은 모두 산방산까지 못갈 위험이 있어서 패스, 게다가 모두가 점프는 불가능
2번은 유력했으나, 과연 한시간만 놀게 될까?라는 생각에 패스
나는 결국 3번을 선택하게 된다.
일정상 오늘은 꼭 산방산까지 가야만 했다.
어쩔수 없는 선택이었다.
일정 뿐아니라 놀지도 못하고 고생한 여자멤버들에게 휴식을 주고싶었다.
(오늘은 점프하지만 내일은 죽어도 끌고 갈거니까ㅋㅋㅋ)
점프시키는 내 마음도 편하지만은 않았다.

김기사님께 8시 픽업을 요청해놓고
그래도 바다에 왔으니 발이라도 담그고 갈려고 했더니만 빨리가잔다.
(진짜 발만 담글라고 했는데...)
사실 이때 분위기가 좋지 않았던것은 아니다.
그냥 그저 그랬다.

각자 서로를 배려한다고 했던 행동들이 서로에게 약간의 오해를 샀던것 같다.
비록 몇 시간이었지만 우리는 잠시 헤어지게 된다.

오히려 그 몇 시간 동안...

우리는 많은 생각을 하고
변화를 겪게 되었던 것 같다.

함께여서 하지 못했던 것들.
아직은 어색한 남자와 여자들이었기 때문에 받았던 제약들.
그 몇 시간들을 통해서 풀어버릴 수 있었던 것 같다.


'비온뒤에 땅이 굳어진다'라는 말처럼.
우리가 떨어진 그 몇 시간이라는 비는 앞으로의 남은 여정을 이어나갈 단단한 토양을 마련해주었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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