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
어젯 밤에 신나게 놀았더니 간만에 푹 잔듯하다.

음...
음...


정신을 차리고 게스트 하우스를 돌아다녀본다.


와하하에서 상주중인 듯한 외국인한테 인사도 해보고.
'아..몇시지?'
휴대폰을 보니 문자가 와있다.
병찬이 형이었다.
먼저 간다고, 미안하다고, 남은 여행 잘하라고.

헉!!!

허겁지겁 방안으로 들어가서 보니 형 침대위에는 쌀한봉지만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뭐지?뭐지?
일단 눈에 보이는 유경이를 붙들고 형 떠났다고 이야기 해본다.
'왜 갔을까?'
'인사라도 하고 가지...'

오만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떠다닌다.

사실 어쩌면 예견되었던 일인지도 모른다.
형이 다른 멤버들에 비해 늦게 함류했고,
여행 중 보아온 형의 약간의 내성적인 성격상 적응하기 힘들었지도 모른다.
그리고 내가 그런 형을 위해서 노력한것도 없기에...

형에 대한 미안한 마음 한편으로는 아쉬움이 자리한다.
여행을 다녀와서 개인적으로 전화를 해보니 연락이 되질 않는다.
괜시리 더 미안해지기만 한다.
그때 바로 연락해서 형마음을 돌렸어야 됐는데.
정신 못 차린 내 잘못이 크다.

-사람을 찾습니다-

27세의 병찬이형 나중에 연락하면 전화좀 받아요!


그래도 밥은 먹어야지...
우리는 어벙벙한 상태로 식사를 시작한다.


커피한잔의 여유.
맥심
으로 만들어낸 카푸치노 쉐이키
얼마만의 커피인가?


형에 대한 아쉬움을 뒤로한채 우리는 출발 준비를 한다.
오늘의 목적지는 우도.
오늘은 주행거리가 짧기 때문에 다들 여유가 넘친다.


만 자는 녀석들도 안녕?
개팔자가 상팔자다.
이렇게 좋은 데서 니나노 뛰댕기고
오후에는 늘어져서 낮잠을 즐기다가
저녁이되면 사람들이 던져주는 제주도 오겹살을 먹으며 신선놀음을 즐기는 녀석들.


언제나 그렇듯 제주도의 해안도로 풍경은 무언가 모를 여유를 선사해준다.


현지분 같으신데...나도 모르게 병찬이형의 뒷모습이 떠올라서 찍어본다.
(그러고 보면 병찬이형도 현지인이잖아!!!)


달리고 달려서 중간 목적지인 섭지코지 도착
올인하우스였나?
근방이 다 온통 올인이다.
올인끝난지가 언젠데?
그래도 관광객들은 많기만 하다.
한국 드라마 관련상품도 많이 팔고.
그래도
딱히 뭔가 확실한 테마가 없는 것 같아서 조금은 아쉬웠다.


사진찍어주시고.


야생원숭이다!!!


꺼내기 귀찮아 여행중에 몇 번 꺼내지 않았던 어깨에 걸쳐진 DSLR...


올인에 나왔다던 집들.
집아~집아~
(누구 말투 따라해봄.)


사실 난 멋진 건축물보다는 해안풍경이 더욱 맘에 들었다.


거침없이 하이킥하고 주몽이 지금 여기 이 분위기에 어울린다고 생각해? 응?


장관이다.


말.
말아~말아~
(또 누구 말투 흉내내 봄)
말한번 타는데 오천원이었던가 만원이었음.


멀리 보이는 성산 일출봉


등대로 향하는길.
(등대까지는 혼자 갔다옴)


섭지코지에서 나오는 길에서 찍은 성산 일출봉.
여자 멤버들이 잠시 늦게 나오는 바람에 현재와 나는 이곳에서 모래폭풍을 맞으며 기다린다.
하지만 비키니 누나들을 볼 수 있어 좋았다.
그리고 완전 배나온 아저씨가 비키니 누나 셋이랑 가는거 보고
'저 사람 돈이많은가 보다'
하면서 현재랑 둘이 부러워함.
(이러한 현실이 참 쓸쓸하다. 난 왜 없는데?)


섭지코지를 지나 우리는 우도로 가기해서 성산항으로 향한다.


가는 도중 목장을 발견.
우리가 사진을 찍는 사이 많은 자전거 여행객들이 스쳐지나간다.
생각해보면 여행 내내 난 참 인사에 인색했던 것 같다.


바람을 가르며 내리막을 내려오니 어느덧 성산항이다.
표를 끊기 위해 주차관리 하는 듯한 아저씨에게 여쭈어본다.
근데 이 아저씨 헛소리를 한다.
오늘은 자전거를 못 싣는다고.

헐...

오늘은 파도가 심해서 차랑 같이 싣고 가게 되면 차가 긁히네 어쩌네...
(그 좁은 우도에 차들 들어가서 매연날리는 것보다 자전거 타는게 훨씬 낫겠다)
그러면서 결국 하는 말이
자기는 잘 모르니까 매표소가서 물어보라고.
매표소에 가서.
'자전거 싣고 가도 되죠?'
'네'

????

아저씨! 당연히 싣고가도 된데잖아요!
괜히 쫄았다.
매표소 여직원한테 이것저것 물어본다.
솔직히 많이도 안물어봤다. 쓸데 없는 내용을 물어본것도 아니다.
퉁명스럽다. 젠장.
이러면 안되잖아?
바쁘고 사람많아서 짜증나는 건 알겠는데, 그래도 관광도시에서 친절은 당연히 기본이 아닌가 싶다.
단순히 대접 받고 싶다는게 아니다.
누군가의 불친절함이 다른 누군가의 여행을 불쾌하게 만들수도 있기 때문이다. 
괜히 열폭해서 혼자 씁쓸해 한다.


탑승전에 자전거 거치대에서 어제 만났던 여자분 두분의 자전거같은 자전거를 발견한다.

우리는 그냥 신기해 한다...

일단 우리는 배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에 배에 재빠르게 탑승.
차가 긁히네 어쩌네했던 아저씨를 무색하게 할만큼 배에 선적된 차는 거의 없다.
파도도 평온하다.
날씨도 맑다.
오늘 라이딩은 끝이다.
(물순이는 물먹고 있네)

그럼...

놀자!!!


가자 우도로!


확 뛰어들까?


좋덴다.


뭐하니 현재야? 설마 법규를?ㅋㅋㅋ


거리가 짧다보니 어느덧 우도가 가까이 다가와 있다.
해가 쨍쨍해서 바다에서 놀기엔 정말 좋은 날씨다.


우도에 도착해 숙소를 찾는다.
너무도 더운 날씨 탓에 일단 여자 멤버들을 사빈 해수욕장 앞 정자에서 휴식을 시키고
현재와 나는 패니어를 떼어 놓은채 숙소를 알아보기 위해 페달을 밟는다.

꽤나 돌아다녀 보았지만 맘에 드는 숙소가 없다.
민박도 있었지만 영 맘에 들지 않았다.
(전통가옥이라 나중에 간다면 한번 묵어보고 싶긴 함.)

결국 처음에 가보았던 해수욕장 근처의 숙소가
가격은 제주보다 비싼감이 있었지만 시설이나 해수욕장 접근성 면에서 가장 나았다.
성수기에 이 정도 시설이면 어디를 가도 이 가격에는 힘들지도 모른다.
어찌되었든 간에 여태까지 묵었던 숙소중에는 최고였던것 같다.

사실 여러명이 여행을 다니다 보니 게스트 하우스펜션이나 금전적인 부분에서는 거기서 거기다.
오히려 맘놓고 놀기에는 펜션이 편할지도 모른다.

현재와 나는 처음 갔던 숙소가 가장 낫다고 판단.
여자 멤버들에게 알리러간다.
너무 더워서 사이다를 한병 사먹은
상임이 누나는 우도의 거침없는 물가에 대해서 불만을 털어놓는다.
(사실 제주도에 비하면 좀 비싸긴 하다.)
우리는 또 앉아서 같이 불평을 하다가
숙소로 이동한다.

오오오

들어와보니 더 좋다.
일단 우리는 거지꼴을 벗어나기 위해 씻기로 한다.
여자 멤버들이 씻는 동안 남자들은 장도 볼겸 각자 필요한 것들을 부탁받아 농협으로 향한다.
(우도 도착하자 마자 농협을 찾는 센스. 웬만한 농협 옆에는 하나로 마트가 있기 때문에 싸다. 고로 모든게 해결 가능)
패니어를 떼어 놓고 가고자 여자멤버들의 가방을 빌린다.


작다.
거북이같아졌다.

하나로 마트에 도착해 ATM에서 필요한 현금을 뽑고
장을 보기 시작한다.
분노의 장보기.
일단 막산다.

계산을 하는데 역시 생각보다 덜 나왔다.

근데.

가방이 작다!!!!
일단 다들고 가기위해 쑤셔 넣어본다.

결국

10개들이 계란은 가방옆에 버클로 동여 매어졌고
는 가방을 삐져나와 안테나 마냥 달려있다.
그러고도 좋다고 달린다.
한적한 전통가옥들 사이를 지나 해수욕장으로 나온다.
사람이 많다.
어떤 아줌마가 나를 쳐다보고 피식한다.
(나는 장봐주는 메신저다!!!!)

우여곡절끝에 장보기도 완료.
해수욕을 하러 나가려니 배가 고프다.
배가 고프다보니 늘어진다.
이렇게...아래와 같이...


일단 뭐라도 해먹기로 한다.


그래서 만든게 토스트.
민영이가 만들었다.

좀 탔다.
여행와서 남이 만들어 준걸 처음 먹는 듯하다.
(사먹은거 빼고)
배가 고프다.
그러므로 맛있다.


배도 채웠으니 바다로 고고!
사빈 해수욕장이다 보니 느낌이 다르다.
해수욕장이 생각보다 아담했지만 한적한 맛에 놀기는 좋았다.
투명한 에메랄드빛 바다...

해수욕장에서

현재가 첨에 물어 안들어와서 놀라고
(고양이과 짐승인가?)
유경이의 튜브 가지고 놀기 실력에 놀라고
상임이 누나의 둥둥 떠있기에 놀라고
튜브가 뒤집어진 민영이의 360도 회전에 놀랐다.

모두 몇 시간을 바다에서 놀았는지 모른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유경이는 참 물을 좋아하는 것 같다.


배가 고파진 우리는 다시 숙소로 돌아와 저녁식사를 한다.
오늘의 저녁은 크림 파스타.
우도에 재료가 있을리 만무하다.
 (아까 하나로 마트에서 재료가 될만한 것들로 구입)
엉성하게나마 요리를 해본다.

파스타와 주인 아주머니가 주신 바다냄새나는 열무김치
(진짜 김치에서 바닷물 냄새 남, 아무래도 바닷물로 절인 듯)
그리고 밥, 김치찌개, 3분 요리급의 해물탕으로 저녁과 술안주를 해결한다.

저녁을 먹었으니 아쉬운 밤을 달래줄 을 사러간다.
상임이 누나가 다른 자전거를 타고 싶어해 누나는 죽음의 레스포 철티비를,
현재는 누나의 브루노를, 그리고 난 그냥 내 자전거를 타고 다시 하나로 마트로로 향한다.
하지만 출발후 얼마지나지 않아서 펑크의 악몽이 되살아난다.
그래서 나는 길을 알려주지도 못하고 어두운 밤길을 혼자 돌아오게된다.
누나랑 현재는 하나로 마트가서 다른 술을 사오고
(하지만 하나로 마트 문닫았음)
나는 오는길에 감귤 막걸리를 판다는 집에 가서 먼저 감귤 막걸리를 사가지고 돌아가겠다고 한다.
막걸리를 샀는데...

음...

특산물이라 유리병에 담겼나?
조금 수상했지만, 그래도 멤버들이 노래를 부르던 감귤 막걸리였기에 룰루랄라 돌아온다.

일단 나는 먼저 돌아와 자전거 펑크를 떼우려고 보니
아예 튜브 밸브가 부러졌다.

아...튜브 없는데...

전에 광란의 레이스 도중에 쳐박아뒀던 튜브를 꺼내본다.
상태가 괜찮아 펑크부위를 떼우고 갈아끼운다.
갈아끼우고 나니 어느덧 준비가 다 되었다.
누나가 빨리 와서 먹으란다.


일단 비장의 감귤 막걸리를 꺼내서 한잔씩 따른다.

헉...

막걸리가 아니다.
감귤주다.
난 분명히 막걸리 달라고 했는데.
낚였다.
서울 촌놈 같으니라고.
근데 반응이 예상외다.
다들 맛있단다. 그나마 다행이다.
(입에 단술은 달다고 많이 먹으면 우리처럼 한방에 '훅'갑니다.)


에헤라 디야~마셔라 부어라~
마시다 보니 조금은 허전하다.
'그렇게 떠난 형은 잘갔을까?'
빈 자리가 느껴진다.
다들 취기가 오른다...


꽐라임 찍지 마셈.

계속 먹다 보니 술이 떨어졌다.
또 산다.
하나로 마트가 이 시간에 문을 열었을리 만무하고
우리는 과감하게 펜션 앞 식당에가서 술을 달라고 하기에 이른다.
식당에서 판매하는 가격 그대로 쿨하게 우리는 술을 사온다.
또 먹는다.

먹다 보니 나가고 싶어진다.
술판을 정리하고 우리는 펜션앞 바다로 나간다.
'아 들어가고 싶다'
현재가 말린다.
(이러다 죽는거임, 술먹고 절대 바다는 들어가지 말자.)
정형돈의 족발당수를 맞아야 정신차릴라나 보다.

바다에서 잠시 바람을 쐬다보니 술이 살짝깬다.
여자 멤버들은 방에 들어가서 잔다.
현재도 거실에 자리를 깔고 누웠다.

방문을 두드려본다.
(야한생각 禁)

사실 내일 떠나게 됐다고 고백을 해본다.
형이 떠난 마당에 나까지 떠나게 되서 미안하게됐지만
술기운을 빌려서 말을 한다.
내일 혼자 출발하면 충분히 일주를 마칠수 있는 거리고 이제 여자 멤버들도 충분히 해낼수 있을거라 믿었다.

근데

얄짤없덴다.

난 닥치고 밖으로 나와 담배를 하나 물고 나름의 계획을 수정한다.
(수많은 약속들이 취소가 되기 시작한다.)
사실 잡지 않았어도 내심 떠나기 싫었다.
이미 여행은 점입가경에 도달해 있었고,
그리고 난 이 여행을 계획한 사람으로 누군가의 빈자리를 그만큼 더 메꿀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방으로 들어와 누워있는 현재를 보며 잠시 쇼파에 앉아본다.


'든자리는 몰라도 난자리는 안다'고 했다.
떠난 사람은 몰라도 남겨진 사람들에게 있어서 떠난 사람의 자리는 의식하지 않으려 해도 크기만 하다.
오전에 떠났던 형의 빈자리가 내게 남겼던 찜찜함과 같은 것.
마치 떠난 옛 연인의 빈자리 마냥 무엇을 해도 메꾸어지지 않는 그런 것.
여자친구와 헤어진지 한달 밖에 되지 않았던 내가 겪었었던 그런 것.

그런 빈 자리를 나는 이들에게 남겨놓고 가고 싶지않았다.
사람들이 나의 빈 자리를 보고 미소지을 수 있을때 떠나고 싶었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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